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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관리도 재하청" 업체-어촌계 갈등으로 번진 해파리 그물망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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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째 기형적 다단계 도급 이뤄진 해운대 해파리 그물망 사업
복잡한 계약 구조에 안전관리 책임도 모호
작업하던 어민 다쳤지만 보상도 못 받아…안전관리 전반 '엉망'
허술한 이면 계약에 비용 두고 갈등도

해파리 수거 작업. 기사 내용과 무관함. 해양수산부 제공 해파리 수거 작업. 기사 내용과 무관함. 해양수산부 제공 부산 해운대구청이 발주한 '해운대해수욕장 해파리 차단 그물망 설치 사업'이 수년 동안 기형적인 다단계 도급 구조로 이뤄지면서 안전 관리에 구멍이 생기는가 하면 업체와 지역 어촌계 갈등까지 빚어지는 등 관리 부실로 인한 각종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기형적 다단계 도급'에 다친 어민 보상도 없어…안전 관리 구멍

해운대구청이 매년 입욕객의 해파리 쏘임 사고를 막기 위해 해운대해수욕장 개장기간에 진행하는 '해파리 피해방지시설 설치관리용역'.

해당 사업은 수년 동안 발주처인 구청부터 원청과 하청업체, 지역 어촌계까지 무려 4단계에 걸친 하도급 구조로 이뤄졌지만 사업 전반을 관리해야 할 구청은 이같은 도급 계약 사실조차 몰랐던 것으로 파악됐다. [12.7 CBS노컷뉴스='하청에 재하청' 기형적 구조의 해운대 해파리 그물망 사업]
 
이같은 비정상적인 구조로 인해 작업자가 다치는 안전사고까지 발생했지만, 복잡한 계약 관계로 책임 소재가 모호해 안전 관리에도 구멍이 생겼다는 지적이다.
 
올해 사업에 참여한 A어촌계에 따르면 지난 9월 초 어민 한 명이 그물망 철거 작업 도중 발가락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당했다. 당시 바다 아래에 설치한 160㎏ 무게의 앵커(구조물 고정을 위한 자재)를 들어올리던 중 배가 흔들리며 앵커에 발이 부딪히면서 발생한 사고였다.
 
어촌계는 안전사고 직후 발주처인 구청을 비롯해 두 도급 업체에도 산업재해 처리를 요구했다. 하지만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고 산재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결국 어민은 아무런 지원이나 보상을 받지 못했다. 어촌계는 자발적으로 치료비 50만 원을 모아 이를 다친 어민에게 전달했다.
 
A어촌계 관계자는 "안전사고에 대한 보상이나 안전교육도 없었다. 구명조끼 한 장 받은 게 없다. 설치작업에 쓰일 자재를 제공받은 게 전부"라며 "어촌계의 협조 없이는 진행하기 어려운 사업임에도 매년 안전 관리는 부실하다. 어민들이 잘 모른다고 이러나 싶다"고 토로했다.
 
다른 어촌계도 비슷한 처지였다. 해상에서 작업을 하다 보니 안전사고가 빈번하지만, 애매한 계약 관계로 사고가 나도 구청과 업체에 알리지조차 않는다는 게 지역 어촌계들의 설명이다.
 
지난해 참여한 B어촌계 관계자는 "자재가 크고 무겁다 보니 설치할 때 작업자가 넘어지거나 부딪히는 사고가 잦다"며 "이전에도 앵커 줄이 터지면서 어민 1명이 손 일부가 찢어지는 사고를 당해 당시 두 달간 병원 치료를 받았지만, 업체나 구청에 말해봐야 보상해주지도 않을 것 같아서 알리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구청과 실질적인 고용관계에 있는 작업자를 대상으로만 4대 보험이 가입돼 있는 걸로 안다"며 "계약관계도 복잡해 어촌계는 실제 그물망 작업자에 포함도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애초 해운대구청과 원청 업체의 계약에 따르면 작업 당일에는 모든 작업자를 대상으로 안전회의와 교육을 실시해야 하고 안전 장비도 착용해야 한다. 현장대리인이 수시로 안전을 점검하고 안전관리계획서도 작성해 현장에 배치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안전 관리가 지켜지지 않았다는 게 어촌계 관계자들의 공통 주장이다.
 

허술한 이면계약에 비용 문제 놓고 갈등도

업체와 어촌계 사이에 발주처가 모르는 사실상 '이면계약'이 이뤄지다 보니 사업비를 둘러싼 갈등 등 각종 문제도 끊이지 않고 있다.
 
원청으로부터 업무 전반을 하청받은 도급업체 B사는 지난 6월 그물망 해상 설치·철거를 비롯해 해수욕장 개장 기간 그물망을 관리하는 조건으로 어촌계와 하도급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비는 모두 8천만 원으로, 일부 선금을 지급한 후 잔금은 작업이 끝난 후 주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 8월 태풍에 대비해 그물망을 한 차례 철거했고, 이후 재설치 과정에서 비용 정산 문제가 불거졌다. 어촌계는 한 차례 그물망 설치와 철거 작업을 추가한 만큼 인건비를 추가로 지급하라고 요구했지만 C업체는 해당 업무까지가 계약 범위였다고 반박했다.
 
이들 사이의 계약서는 단 2장에 불과해 작업 범위나 비용부담 등에 대해서는 명시하지 않아 발생한 일이었다. 이후 추가 자재비와 부가세 부과 방식, 어민 부상에 대한 책임 등을 놓고 업체와 어촌계 사이의 이해가 계속 충돌했고, 갈등은 더욱 심해졌다.
 
결국 어촌계가 발주처인 해운대구청을 찾아가 문제 해결을 촉구하면서 기형적인 다단계 구조와 이에 따른 부작용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C업체 대표는 "어촌계에서 요구하는 공사비가 커 처음부터 관계가 삐걱거렸다. 이후에도 어촌계에서 소모품 구입비 등 추가 비용을 요구해 갈등이 커졌다"며 "어촌계에서는 결국 해상에 설치한 자재 회수를 제대로 안 해줬다. 개장 기간 그물망 관리가 제대로 됐는지도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부산 해운대 바다 전경. 부산 해운대구 제공 부산 해운대 바다 전경. 부산 해운대구 제공  이와 관련해 해운대구청은 업체와 어촌계 사이에 맺은 계약이나 안전사고 책임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며 사실상 책임을 회피했다. 다만 원청 업체의 안전 관리가 일부 미비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판단해 관련 조치를 내렸고, 앞으로 계약조건도 보다 구체적으로 명시하겠다는 방침이다.
 
해운대구청 관계자는 "용역 사업 도중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사업을 진행한 업체에서 책임을 지도록 돼 있고, 어촌계의 경우 도급관계도 공식 보고되지 않아 구청과 직접적인 고용관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다만 원청업체의 안전장비 구입 등 안전관리비 집행이 덜 된 것으로 보고 일부 금액을 제하고 지급했다"고 말했다.
 
이어 "추후 도급에 대한 부분과 안전사고 발생 시 이행의무 등을 입찰공고와 계약서 상에 보다 구체적으로 명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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