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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에 재하청' 기형적 구조의 해운대 해파리 그물망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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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해수욕장 해파리 방지 그물망 설치 작업
수년째 '다단계 도급' 구조로 이뤄져…안전 등 사업 전반 책임 '불분명'
해운대구청 "도급관계 몰랐다…뒤늦게 책임 묻기도 애매해"
전문가 "발주처의 부실한 관리감독…사후조치·기형적 구조 개선해야"

부산 해운대구청. 부산 해운대구 제공부산 해운대구청. 부산 해운대구 제공부산 해운대구청이 발주한 해파리 방지 그물망 사업이 수년째 하청에 재하청 계약을 반복하는 다단계 도급 형태로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사업을 발주한 구청은 이런 기형적인 구조조차 몰랐던 것으로 드러나 관리·감독이 총체적으로 부실했다는 지적이다.
 
부산 해운대구청은 해운대해수욕장 입욕객이 해파리에 쏘이는 사고를 막기 위해 매년 개장 기간인 7월부터 2개월 동안 '해파리 유입 차단용 그물망 설치 사업'을 벌이고 있다. 동백섬부터 미포까지 직선 1.2㎞ 구간 해상에 그물망을 설치하는 사업으로 2013년 시범 사업 이후 올해까지 10년째 진행하고 있다.
 
취재 결과 해당 사업은 수년 전부터 발주처인 해운대구청부터 지역 어촌계까지 하청에 재하청을 거듭하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사업 관련 자료를 보면 해운대구청은 지난 6월 해양 관측·측량 전문 A업체와 '해운대해수욕장 해파리 피해방지시설 설치관리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A업체는 해파리 피해방지 그물망을 제작해 해상에 설치하고 해수욕장 개장기간 유지·관리하기로 한 후 전체 사업비로 2억 2700만 원을 받았다.
 
구청 발주사업을 따낸 A업체는 울산에 있는 B업체와 다시 도급 계약을 맺었다. 전체 사업비 가운데 80%인 1억 8천만 원 상당을 B사에게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대부분 과업을 맡긴 셈이다.
 
하도급을 받은 B업체는 그물망 제작 관련 특허를 가지고 있었지만, 직원은 단 한 명도 없는 1인 사업자였다. 이에 B업체는 해운대지역 어촌계와 또다시 '하도급' 계약을 체결한 후 해파리 그물망 설치와 철거 업무를 맡겼다. 계약금은 설치비 등 8천만 원으로 확인됐다. 해파리 그물망은 일용직 15명을 고용해 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다단계 도급 구조는 이미 3년 전부터 관행처럼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구청 발주 사업을 낙찰받은 업체가 달라져도 다단계 도급은 반복됐고, 해파리 그물망을 설치하는 어촌계도 매년 바뀌는 등 사업 전반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져왔다.
 
이같은 기형적 사업 구조 때문에 혈세 낭비는 물론 안전 관리 전반에도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최근에는 그물망 설치 작업에 투입된 한 어민이 골절상을 당했지만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한 사실도 확인됐다.
해파리 수거 작업. 기사 내용과 무관함. 해양수산부 제공해파리 수거 작업. 기사 내용과 무관함. 해양수산부 제공다단계 도급 구조가 수년 동안 반복됐지만, 사업을 발주한 해운대구는 이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입장이다. 또 사업을 공사가 아닌 용역으로 발주했기 때문에 도급 관계에 별다른 문제가 없고, 이미 사업이 마무리된 만큼 뒤늦게 책임을 묻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해운대구청 관계자는 "A업체가 타 업체, 어촌계와 체결한 도급관계에 대해 공식적으로 보고받은 게 없다. 사업이 끝날 때쯤 사업비를 두고 어촌계와 B업체간 갈등이 불거지면서 뒤늦게 알게 됐다"며 "어촌계의 경우 매년 참여해오다 보니 배 대여 등 사업에 일부 협조했을 거라고만 예상했다"고 말했다.
 
이어 "도급 업체에 대해서는 협력업체 정도로 파악하고 있었다. 구청에서 발주했더라도 사업에 참여하는 이들이 누군지 세세하게 알긴 어렵다"면서 "구청 승인 없이 업무를 준 걸로 드러나긴 했지만, 이미 사업이 마무리된 만큼 뒤늦게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지역에서는 발주처의 부실한 관리감독이 기형적 구조와 혈세 낭비로 이어졌다는 비판과 함께, 뒤늦게라도 이같은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구청의 해명대로 발주처의 승인 없이 도급이 이뤄졌다면, 계약 위반 등 위법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있다.
 
권진성 변호사는 "구청 위탁 사업의 경우 입찰 공고나 계약서에 하도급에 관련한 사항이 명시돼 있지 않으면 관련법에 따라 하도급을 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며 "특히 발주처의 승인 없이 하도급을 했을 경우 해당 업체는 입찰 참가자격이 제한될 수 있다. 구청은 뒤늦게라도 계약 위반 여부를 확인해 사후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원청업체인 A업체는 원도급사가 직접 시공해야 한다는 조항이 없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A업체 관계자는 "도급 금지 용역은 아니었다 보니 도급을 준 건 맞다. 내부적으로 계약 등은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체결했기 때문에 문제는 없다"고 반박했다. 다만 발주처인 구청의 승인 없이 도급 계약을 받은 부분에 대해서는 별다른 해명이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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