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사금융 범죄단체조직이 한 피해자와 주고받은 대화 내용. 부산경찰청 제공 "제발 나체 사진을 유포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는데도 악질적이었어요. 가족과 친구들에게까지 연락해서 돈을 갚으라고 괴롭혔습니다"
지난 2023년 생활고에 시달리던 A씨는 여기저기서 돈을 빌린 상태에서 신용이 좋지 않아도 대출이 가능하다는 온라인 광고를 보고 한 대부업체로부터 10만 원을 대출받았다.
이후 일주일 뒤 A씨에게 돌아온 상환 요구액은 20만 원이었다. 상환 날짜를 하루 넘길 때마다 5~10만 원의 이자가 붙었다.
A씨가 돈을 갚지 못하자 업체 측은 "나체 사진을 보내면 하루는 봐주겠다"고 요구했다. A씨가 결국 나체 사진을 보내자 이를 빌미로 돈을 갚지 못할 때마다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유포하겠다고 협박하기 시작했다.
"제발 사진을 유포하지 말아 달라"는 A씨의 호소에도 이들은 A씨의 가족과 지인들에게까지 연락해 대신 돈을 갚으라며 욕설이 섞인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수시로 전화하는 등 괴롭혔다.
부산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불법 사금융 범죄단체를 조직해 나체사진 등을 담보로 초고금리 대출을 해준 뒤 이를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혐의로 총책 B(30대·남)씨 등 17명을 검거했다고 31일 밝혔다.
경찰은 범죄수익 세탁업자 2명과 대포유심·계좌 공급책 10명도 함께 검거했다. 이 가운데 범죄단체 조직원 10명과 세탁업자 2명 등 12명은 구속됐다.
이들 일당은 2023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 중순까지 대구에서 불법 사금융 범죄단체를 조직해 피해자 558명을 상대로 14억 원을 대출해준 뒤 초고금리를 적용해 12억 원 상당의 범죄 수익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이 적용한 최고 연 이자율은 4만 150%로, 전체 평균 이자율도 4300%에 달했다. 피해자 연령대는 20대~60대로 다양했는데, 주로 20대~30대 사회초년생이 많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대출은 대부분 10만~50만 원 규모의 소액 단기대출이었다. 대출 기간은 최대 15일 정도였다. 경찰 조사 결과 50만 원을 빌려준 뒤 다음 날 이자 55만 원을 더해 105만 원을 받아낸 사례도 확인됐다.
이들은 인터넷 대출 중개 플랫폼 등에 광고를 내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의 개인정보를 확보하거나 텔레그램 등을 통해 개인정보를 사들였다. 이후 피해자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거주지, 직장뿐 아니라 기존 대출과 채무 상황까지 파악해 조직원끼리 공유했다.
대출 과정에서는 피해자의 나체사진이나 영상을 담보로 요구했다. 남성에게는 상의 탈의 사진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상환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하면 더 높은 수위의 사진이나 영상을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피해자가 돈을 갚지 못하면 사진이나 영상을 가족과 지인에게 보내겠다고 협박했다. 경찰은 나체사진 등을 실제로 온라인 상에 유포한 사례는 없었던 것으로 보고 있지만, 지인에게 전송해 상환을 요구한 사례는 있었던 것으로 확인했다.
경찰이 압수한 범죄 수익금. 부산경찰청 제공 이들은 총책과 실행팀장, 대부 실행·추심 담당자, 수익 세탁책, 대포유심·계좌 모집책 등으로 역할을 나눠 피라미드식으로 조직을 운영했다.
특히 총책 B씨는 대구에 사무실 3곳을 마련하고 텔레그램 대화방을 통해 범행을 지시했다. 또 출퇴근과 대출, 상환, 정산 등을 보고받고 지각 시 벌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신규 채무자 할당량을 채우면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패널티를 주기도 했다.
이들은 허위로 등록한 상품권 업체를 이용해 상품권을 구매한 뒤 현금화하는 수법으로 범죄수익을 세탁했다. 경찰이 확인한 상품권 거래 규모만 5억 2000만 원에 달했다. 이렇게 챙긴 범죄 수익으로는 고가 외제차를 구입하는 등 호화 생활을 한 정황도 확인됐다.
경찰은 범죄수익금 4200만 원을 압수하고 차량과 예금 등 2억 4천만 원 상당에 대해 기소 전 추징 보전했다. 또 범죄수익 세탁에 이용된 상품권 업체에 대해서는 관할 세무서에 사업자등록 말소를 요청했다.
윤성환 부산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 계장은 "피해자 상당수가 기존 대출금을 돌려막는 등 더 이상 돈을 빌릴 곳이 없는 상황에서 소액이라도 빌릴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불법 사금융 피해가 발생하면 신용회복위원회 등을 통해 대부계약 무효화 등 지원을 적극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