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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물류기업 본사 이전…'주소만 부산' 아닌 지역에 닻 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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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편집자주]민선 9기 부산시는 해양수도를 기치로 내걸었다. 해양수산부 이전에 발맞춰 국적 해운·물류기업들이 잇따라 부산행을 결정하면서 지역 경제 회복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부산CBS는 해운·물류기업 본사 이전이 가져올 경제적 효과와 이를 지역의 실질적 성장으로 연결하기 위한 과제를 두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이번 순서에서는 이전 기업들을 지역에 뿌리내리게 할 과제를 살펴봤다.

"주소만 부산" 경계…핵심 본부·인력 실질 이전이 첫 단추
특별법 제정·톤세제 개선 정부 몫, 부산시는 공간·예산·체계 뒷받침
행정·사법·기업·금융 '네 조각 퍼즐' 맞물려야 해양수도 완성

부산신항. BPA 제공부산신항. BPA 제공해운·물류기업의 잇단 본사 부산 이전 결정을 바라보며 지역 상공계가 가장 경계하는 시나리오는 '주소만 부산'이다. 핵심 기능을 서울에 두고 본사만 이전할 경우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만일 그러한 일이 벌어진다고 해도 민간 기업만 탓할 수는 없다. 기업이 부산에서 제대로 뿌리를 내릴 수 있게 정부와 부산시도 각자의 몫을 수행하며 토대를 함께 토대를 다져줘야 한다. 지역 상공계 역시 동업자 정신으로 비즈니스 관계를 맺어야 한다.

핵심 본부가 내려와야 일자리도 내려온다

먼저, 이전 기업이 제대로 지역에 자리잡기 위해서는 의사결정을 하는 핵심 본부와 인력이 함께 내려와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역 대학과 연계한 인력 수급과 함께  수리조선, 기자재, 선박관리, 화물 운송을 대행하는 포워딩 같은 발주도 서울이 아닌 부산 협력사와의 거래로 풀어야 지역 내 일자리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또, 지역 산업계는 이전 기업을 환영하고 대접만 하는 '손님'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비즈니스 관계를 맺어야 할 '동업자'으로 맞아야 한다.

선사 본사가 곁에 오면 선박관리업은 수주 경쟁력이 올라간다. 중앙동의 기존 해운 집적지도 이전 선사의 공급망에 편입될 기회를 얻는다.

업계 스스로 공동 연구개발과 산학협력을 제안하고 부울경 조선업계와 운항 선사를 잇는 연결고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문이다.

특별법에 톤세 손질까지, 정부가 풀어야 할 매듭

가장 무거운 책임은 정부와 부산시에 있다. 정부는 가칭 해양수도특별법 같은 단일 정책 앵커를 세워 톤세제를 영구화하고 실질 이전 기업에 세제 혜택을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부산상공회의소 건물 벽면에 HMM 부산 이전을 환영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박중석 기자부산상공회의소 건물 벽면에 HMM 부산 이전을 환영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박중석 기자무엇보다 인센티브를 등기 이전이 아니라 실질 이전과 지역 기여에 연동해야 한다. 부산에서 채용하고 부산 협력사와 거래하는 만큼 지원하는 구조라야 '주소만 부산'을 막을 수 있다.

선박 톤세 등 현행 제도의 손질도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톤세 혜택의 요건인 외항화물운송사업 등록 기준은 선박 총톤수 1만t, 자본금 10억원으로 묶여 있다. 소형선 위주 케미컬 선사에는 족쇄다.

부산 소재 선사 50곳 중 35곳이 케미컬 선사인데, 배 한 척만 팔아도 자격을 잃을 수 있는 구조인 만큼 톤수 요건을 5천t으로 낮추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요구다.

부산상의 관계자는 "현행 제도를 지역 해운 기업의 현실에 맞도록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해운기업의 세 부담을 크게 낮춰주는 톤세제는 부산에 많은 소형선 위주의 케미컬 선사에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간·자금에 사법까지 맞물려 돌아가야

공간과 자금, 체계도 필수 요소다. 공간은 북항재개발지구와 중앙동 해운 집적지를 잇는 해양비즈니스벨트가, 자금은 자본금 3조원 규모로 추진되는 동남권투자공사가 각각 감당할 수 있을 전망이다.

지난 8일에는 대한상사중재원 부산지부와 아시아·태평양해사중재센터가 부산상공회의소 회관으로 함께 이전하며 사법 기능도 채워지고 있다.

 전재수 부산시장이 장금상선그룹 정태순 회장을 만나 우수 해운기업의 부산 투자와 이전에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부산시 제공 전재수 부산시장이 장금상선그룹 정태순 회장을 만나 우수 해운기업의 부산 투자와 이전에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부산시 제공부산은 그동안 중재 사건을 건수로는 8.7% 처리하면서 분쟁 금액 기준으로는 2.0%에 그쳤다. 큰 사건일수록 서울과 싱가포르로 빠져나가는 구조였다.  

2028년 3월 해사국제상사법원까지 문을 열면 계약과 금융, 분쟁해결이 부산에서 완결되는 싱가포르형 생태계의 골격이 갖춰진다.

전재수 부산시장도 지난 6일 확대간부회의에서 2030년까지 행정·사법·기업·금융 4대 인프라를 부산에 집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부산연구원 장하용 책임연구위원은 "해운 기업이 자리 잡으려면 계약과 분쟁을 다루는 사법, 거래를 뒷받침하는 금융, 이를 조율하는 행정이 함께 있어야 하나의 생태계가 완성된다"며 "이전 기업이 부산의 기존 산업과 겉돌면 '무늬만 해양수도'에 그치고, 서로 맞물리면 비로소 해양수도 부산이 완성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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