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전자결제수단인 '넷텔러페이'을 이용한 불법환전 구조. 부산지검 서부지청 제공 해외 전자 결제수단을 이용해 1조 원 상당의 자금을 불법 환전하고 수백억 원 상당의 수수료를 받아 챙긴 미등록 환전업체 운영자 3명이 불구속 기소됐다.
부산지검 서부지청 형사3부는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미등록 환전 업체 2곳과 운영자 A(40대·남)씨 등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6일 밝혔다. 같은 혐의를 받고 있는 또 다른 업체 운영자 5명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2019년부터 6년가량 미등록 환전 업체를 운영하면서, 해외 전자 결제 수단과 가상화폐를 이용해 9434억 원을 불법 환전하고 수수료 257억 원 상당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2019년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등록 없이 환전업체 C사를 운영하며 해외 전자결제 수단 '넷텔러페이'와 가상화폐를 이용해 5천억 원 상당을 불법 환전했다. 또 다른 환전 업체 대표인 D(40대·남)씨 역시 '넷텔러페이'를 통해 928억 원 상당을 불법 환전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영국판 카카오페이'로 알려진 '넷텔러페이'는 국내법상 전자금용업이나 외국환업무로 등록되어 있지 않고, 국내에서 정식 운영되지 않는 온라인 전자결제 수단이다. 최근 해외 도박사이트 결제대금과 마약 거래 수단, 보이스피싱 피해금 해외 반출 수단 등 각종 불법자금의 거래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업체들은 환전을 원하는 국내 회원들에게 자체 사이버머니나 가상화폐 등을 통해 송금 받은 뒤 '넷텔러페이' 지갑 등으로 충전해주는 수법으로 불법 환전했다. 특히 C업체는 회원들의 요청에 따라 해외 도박사이트 등에 대신 충전금을 지불하는 결제 대행을 하기도 했다.
검찰은 보이스피싱 등 범죄자금이 이러한 자금 세탁을 통해 해외 계좌 등으로 빼돌려졌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지검 서부지청 관계자는 "범죄수익이나 불법적인 자금이 아니라면 굳이 수수료까지 지불하며 해외 전자결제수단으로 환전할 이유가 없다"며 "환전 금액 가운데 범죄자금이 상당히 많은 비율을 차지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지난해 7월 사기 사건을 수사하던 중 범죄자금이 '넷텔러페이'으로 환전돼 FX마진거래(개인이 외환 환율 변동을 이용해 차익을 얻는 투자)에 사용된 사실을 확인하고 관련 수사에 착수했다. 국내에서 '넷텔러페이'를 활용한 불법 환전이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은 환전업체 운영자와 법인의 재산 124억 원을 추징보전하고, 가상자산 44억 원을 압수하는 등 모두 168억 원의 환수 대상 재산을 확보했다.
부산지검 서부지청 관계자는 "지급수단이 변화하면서 생겨난 신종 자금세탁과 불법 '환치기' 범죄를 철저하게 엄단 하겠다"며 "범죄수익도 끝까지 추적해 환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