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SK해운 일부 사업부 인수 눈앞
HMM 제공.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 HMM이 SK해운 일부 사업부 인수를 추진하면서 해운업계의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인수 작업이 마무리되면 HMM은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동시에 기업 가치가 커지면서 민영화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조 원 규모 인수 추진… 경쟁력 강화 기대
HMM은 SK해운 일부 사업부 인수를 위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매각 대상은 원유 탱커선, 액화천연가스(LPG)선, 벌크선 사업부로, 거래 규모는 약 2조 원으로 평가된다.
SK해운은 2023년 기준 원유선 22척, LPG선 14척, 벌크선 10척을 운영 중이며, 인수 협상이 마무리될 경우 HMM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이번 인수를 통해 HMM은 실적 변동성을 줄이고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HMM 매출의 약 85%가 컨테이너선 사업에서 발생하며, 글로벌 경기와 운임 변동에 따라 실적이 크게 출렁인다.
반면, 벌크선과 탱커선 사업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되는 구조다.
HMM은 이미 벌크선 사업 확대를 추진 중으로, 2030년까지 보유 선박을 110척으로 늘릴 계획을 밝혔다.
몸집 커진 HMM, 매각 더 어려워지나
하지만 이번 인수가 HMM 민영화 추진에는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HMM은 한국산업은행(33.74%)과 한국해양진흥공사(33.32%)가 67.06%의 지분을 보유한 채권단 관리 체제에 있다.
정부는 공적 자금 회수를 위해 HMM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만, 기업 가치가 높아질수록 인수 후보를 찾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지난해 초, HMM 매각이 추진됐을 당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하림은 6조 원대의 인수 금액을 제시했지만, 결국 협상은 무산됐다.
현재 HMM의 시가총액은 약 18조 원으로 평가되며,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고려하면 2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정부가 원하는 방식으로 매각을 진행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해운업계, '공공+민간' 혼합 지배구조 대안 제시
일각에서는 HMM을 단순 민영화하는 대신, 공공과 민간이 공동 소유하는 방식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독일의 하팍로이드(Hapag-Lloyd)처럼 정부 및 민간 투자자들이 지분을 나눠 가지는 모델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하팍로이드는 오너 지분 30% 외에도 독일 함부르크시, 칠레 선사 CSAV, 카타르투자청,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등이 지분을 보유하며 안정적인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HMM은 해운업 호황기에 접어들며 막대한 현금 보유량을 쌓아왔다. 그러나 매각이 당장 이뤄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정부가 언제까지 HMM을 보유할 수는 없는 만큼, 매각 방식과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HMM의 SK해운 사업부 인수가 해운업 경쟁력을 높이는 기회가 될지, 아니면 민영화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부담이 될지는 향후 협상 과정에서 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