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며 전공의들이 업무 중단을 선언한 지 나흘째를 맞은 가운데, 부산지역 대학병원에서도 신입 인턴들이 임용을 포기하는 사례가 나와 사태 악화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23일 부산대학교병원에 따르면 다음 달 1일부터 신입 인턴으로 부산대병원에 입사할 예정이었던 수련의 57명 중 52명이 임용 포기서를 제출했다.
올해 의과대를 졸업하고 병원에 인턴으로 처음 입사하는 수련의들이 전공의 사직사태에 맞춰 의대 정원 확대 반발에 동참한 것으로 추측된다.
부산대병원 관계자는 "1일부터 바로 입사하기로 한 신입 인턴들이 모두 임용을 포기하면서 병원으로 들어오지 않겠다고 한 상황"이라며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내고 병원에 없는 상황에서 인턴들도 예정대로 병원으로 들어오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전공의 집단 사직과 의대생 동맹 휴학에 이어 신입 인턴까지 임용을 포기하는 등 의료계 전반으로 의대 증원에 대한 반발 움직임이 확대되면서 사태가 악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지역 내 다른 대학병원에서는 아직 신입 인턴들의 집단 임용 포기 사례는 나오지 않았지만, 현 상황에서 인턴들이 들어와도 인력 보강 효과는 미미할 거란 관측도 나온다.
갓 의과대를 졸업해 아직 현장 업무 경험이 없는 데다, 필수적으로 일주일씩 수련을 받아야 하는 과가 정해져 있는 등 제한이 많기 때문이다.
고신대병원 관계자는 "이번에 신입 인턴 27명이 들어올 예정이지만 현재 공백을 채우는 효과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필수 수련 전공이나 주 52시간제 등으로 인턴 업무에는 제한이 크다"고 설명했다.
전공의가 집단 사직 후 병원을 이탈한 첫날인 20일 부산대병원 검사실 앞에 환자들로 붐비고 있다. 정혜린 기자일각에서는 현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신입 인턴들의 교육이 잘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부산지역 내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병원에 전공의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아직 학생에 가까운 인턴들이 제대로 교육받을 수 있을지도 걱정"이라며 "현재 전공의 대부분이 병원을 이탈해 중간에 구멍이 뻥 뚫리면서 인턴과 레지던트 등 수련의 체계 자체가 제대로 작동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2일 오후 10시 기준 전국 94개 수련병원 가운데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는 전체의 78.5%인 8897명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전체 전공의의 69.4%에 해당하는 7863명이 의료 현장을 이탈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정부는 23일 보건의료재난경보 단계를 '경계'에서 '심각'으로 격상하고, 이날부터 의사 집단행동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