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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 재량?' 해운대 해파리 차단망 매년 수의계약…"무늬만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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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구청, 2015년부터 2023년까지 1건 빼고 모두 수의계약
관행처럼 두 차례 유찰 후 수의계약 진행
실적 제한 등 입찰 참가 자격 까다로워 '경쟁 불가' 지적도

부산 해운대구청. 부산 해운대구 제공부산 해운대구청. 부산 해운대구 제공부산 해운대구가 수억 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하는 해파리 차단 그물망 설치 사업을 매년 '적격자가 없다'는 이유로 수의 계약으로 진행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무분별한 수의 계약이 결국 부실 운영 논란과 사업 독점·담합 의혹, 기형적인 다단계 도급 구조 등으로 이어졌다는 비판이다.
 
16일 부산 해운대구청과 구의회 등에 따르면 해운대해수욕장 개장 기간 해파리 유입을 막기 위한 '해파리 차단 그물망 설치 사업'은 본 사업이 시작된 2015년 이후 지난해까지 9건의 계약 가운데 8건이 수의계약으로 진행됐다. 이 가운데 6건은 1인 견적 수의계약이다.
 
수의계약은 입찰 등 경쟁을 거치지 않고 임의로 계약 당사자를 선정해 계약을 맺는 방식이다. 사업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사업자 선정에 주관적인 근거나 '자의'가 개입될 수 있어 투명성과 공정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 때문에 현행 지방계약법은 사업비 2천만 원 이상의 사업인 경우 경쟁 입찰을 원칙으로 하고 유찰 등 예외 상황에 한해 수의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해파리 차단망 설치 관리 용역은 매년 1~2억 원이 예산이 들어가는 만큼 경쟁 입찰이 원칙이다. 하지만 해운대구청은 재공고 입찰에도 적격자가 없다는 이유로 예외 조항을 적용해 매년 2차례 유찰을 거쳐 수의 계약을 맺어왔다.

특히 2015년부터 2019년까지는 실적 제한 등으로 입찰 참가 자격이 까다로워 한 업체가 사실상 사업을 독점했고, 이 때문에 '무늬만 경쟁 입찰'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 자격 조건은 "최근 3년 이내 특정 금액 이상의 해파리 차단망 설치 유지 관리 실적" 이었는데, 금액은 2015년 8천만 원에서 2017년 1억 5천만원, 2019년 1억 9천만 원까지 늘어나는 등 진입 장벽은 더욱 높아졌다. 해당 실적을 충족할 수 있는 곳은 해운대해수욕장이 유일했고 이 때문에 사실상 매년 기존에 해오던 업체가 사업에 지원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수년 동안 1개 업체가 단독 응찰하면서 경쟁 입찰은 유찰을 반복했고, 해운대구는 예외 조항에 따라 수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한 업체가 사업을 독점하면서 차단망 이상 유무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 등 부실 논란이 나오기도 했다.

해운대구는 결국 2020년 입찰 참가 자격을 대폭 완화했지만, 이후에도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최근 3년 동안은 사업을 진행한 두 사업자가 사실상 같은 업체라는 정황이 나와 '담합 입찰'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사업자가 발주처인 구청 승인 없이 사업비 80%를 다른 업체에 하도급 사업으로 넘기고, 지역 어촌계까지 하도급 계약을 맺는 등 기형적인 '다단계 도급' 구조가 관행처럼 이뤄진 사실도 드러났다.
 
이 때문에 해운대구가 10년 가까이 수의 계약 예외 조항을 남용하면서 제대로 자격을 갖추지 못한 업체가 사업에 참여해온 게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투명한 입찰 과정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산경실련 도한영 사무처장은 "사업이 수년간 수의계약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특혜나 업무상 편의를 위한 묵인이 관행적으로 있었던 건 아닌지 의심이 든다. 부산시나 해운대구 자체 감사 등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며 "수의계약이 남발될 경우 구청 입맛에 맞게 업체를 선정할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계약 과정이 철저하고 투명하게 이뤄질 수 있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운대구의회 문현신 의원도 "재공고에도 적격자를 구하지 못할 경우 수의계약을 진행할 수 있지만, 불가피하게 수의계약을 체결한 경우인 만큼 담당부서에서 보다 엄밀히 살펴야 한다"며 "최근 3년간 해당 사업이 진행된 걸 보면 기본적인 관리·감독조차 하지 않아 예산 낭비로 이어졌다. 명백히 관리 공백"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구청은 특정 업체에 특혜를 주기 위함이 아닌 해수욕장 개장기간에 맞춰 사업을 조속히 진행하기 위한 계약으로, 모든 과정은 적법하게 진행됐다는 입장이다.
 
해운대구청 관계자는 "해당 사업 자체가 사업성이 낮아 참여하려는 업체 자체가 적다 보니 적격업체 선정에 어려움을 겪었다. 재공고에도 심사 기준을 충족한 업체가 없어 결국 수의계약이 이뤄졌다"며 "추후 사업 진행 시 입찰 자격조건을 보다 완화해 경쟁률을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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