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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끼리 알아서 하라" 생곡마을 갈등 키운 부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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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생곡재활용센터, 94년 쓰레기매립장 보상 차원으로 출발
운영권 가진 주민들, 연간 14억원 넘는 수익금 자체 분배
대표 자격·수익금 배분 방식 등 놓고 주민 갈라져 극렬 갈등
환경단체 "특이한 보상 구조 만든 부산시, 갈등 방치" 지적
부산시 "주민 소유라 자체 결정 따를 수밖에 없어" 입장 고수

지난 4월 16일 생곡재활용센터에서 주민 간에 충돌이 빚어지는 모습. 독자 제공지난 4월 16일 생곡재활용센터에서 주민 간에 충돌이 빚어지는 모습. 독자 제공부산시자원재활용센터(이하 생곡재활용센터) 운영권을 둘러싼 주민 갈등이 수년째 이어지고, 노동자 분신과 위장전입·로비 의혹 등 각종 논란에 휩싸인 데는 부산시가 소극적인 대응을 해왔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시가 너무 안일하고 편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주민들에게 각종 쓰레기 처리시설에 대한 보상을 어떤 방식으로 정확하게 할 건지를 더 깊게 고민했어야 합니다."
 
부산지역 환경단체 '자원순환시민센터'에서 생곡마을 문제를 오랜 기간 다뤄 온 김추종 대표는 생곡재활용센터를 둘러싼 갈등의 원인이 일반적이지 않은 주민 보상 구조와 부산시의 소극적인 대응에 있다고 지적한다.
 
부산 강서구 생곡마을은 원래 주민들이 함께 농사를 지으며 생계를 꾸려오던 작은 마을이었다. 하지만 1994년 부산시가 마을에 쓰레기매립장을 조성하면서 조용하던 마을은 서서히 논란의 소용돌이로 빨려 들어갔다.
 
부산 강서구 생곡동 부산시자원재활용센터. 박진홍 기자부산 강서구 생곡동 부산시자원재활용센터. 박진홍 기자부산시는 주민들이 쓰레기매립장으로 인한 각종 피해를 보상하는 차원에서 당시에는 재활용 쓰레기 선별장 수준이었던 생곡재활용센터 운영권을 주민에게 주고, 수익금을 자체적으로 나눠 갖게 했다.
 
김 대표는 이때부터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고 말한다. 김 대표는 "연간 10억이 넘는 재활용센터 수익금을 주민대표 단체인 대책위에서 주민들에게 나누는데, 이러면 누가 대책위를 맡느냐에 따라 돈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가 달라진다"며 "주민이 운영하고, 수익금을 알아서 나눠 가지는 구조는 전국적으로 봐도 일반적인 피해 보상 형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쓰레기매립장 등 각종 관련 시설을 이유로 생곡마을 주민에게 돌아가는 보상금은 시 보조금 연간 9억원과 14억원 수준인 재활용센터 수익금으로 이원화된 상태다. 왜 이런 보상 형태를 만들었을까? 김 대표는 "양측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김 대표는 "수익금을 알아서 나눠 가지도록 하면 부산시는 주민에게 직접 지원하는 예산을 줄일 수 있어서 좋고, 주민들은 운영을 잘만 하면 이익을 극대화해서 자신들이 받는 몫을 많이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4월 16일 부산 강서구 부산시자원재활용센터 앞에서 주민들이 대치 중인 모습. 독자 제공지난 4월 16일 부산 강서구 부산시자원재활용센터 앞에서 주민들이 대치 중인 모습. 독자 제공하지만 이들의 청사진은 지난 2016년부터 주민대표 자격과 수익금 배분 등을 놓고 '구파'와 '신파' 간 주민 갈등이 빚어지면서 어그러졌다.
 
각종 고소·고발이 난무하는 극심한 갈등 속에 재활용 쓰레기 반입 중단 사태가 주기적으로 반복되자 부산시는 2018년 센터 운영권을 가져와 부산환경공단 직원을 파견하는 형태로 운영했다. 하지만 불과 2년 만에 운영권을 주민에게 되돌려줬다.
 
김 대표는 "센터 시설이 주민 소유긴 하지만, 계속 문제가 생기니 시가 운영권을 가져와 놓고 아무런 대책도 없이 그저 '주민이 요구한다'는 이유로 돌려줘 버렸다"며 "당시는 신파에 주도권이 넘어간 상태였는데, 누가 센터를 대표하는지는 당시에도 법적인 공방이 있는 상황이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일부 인원이 많은 세력하고만 이야기하면 되는 게 아니라 시가 전체 주민을 모아 소통해야 했고, 공공재적 성격이 있는 시설인 만큼 다양한 인사들에게 어떻게 운영하는 게 합리적인지 묻고 논의했어야 한다"며 "시가 '쓰레기 처리만 되면 문제가 없다'는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있기에 논란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부산시가 운영권을 주민에게 넘긴 지 불과 2달 만인 지난 4월 생곡재활용센터에서 신-구파 주민 간 충돌로 '점거 사태'가 발생했고, 쓰레기 반입이 일주일가량 중단됐다. 이 과정에서 조폭이 동원됐다는 주장까지 나왔다.[관련기사 9.15 CBS노컷뉴스=문서 위조 논란에 점거까지…부산 생곡마을에 무슨 일이?]
 또 점거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구파' 측 인사 A씨가 업무방해 등 혐의로 구속됐는데, 최근 경찰 조사 과정에서 A씨가 현직 부산시의원과 부산경찰청 소속 총경 등에 금품을 건넨 혐의도 받으면서 사태는 지역 뇌물 스캔들로까지 번지고 있다. [관련기사 9.16 CBS노컷뉴스=[단독]현직 총경에 수천만원 건넨 업자, 생곡재활용센터 이권 개입 혐의로 구속]
 
부산 강서구 생곡동 부산시자원재활용센터 박진홍 기자부산 강서구 생곡동 부산시자원재활용센터 박진홍 기자하지만, 부산시는 생곡재활용센터가 주민지원사업으로 출발했기 때문에, 주민 의사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매립장 조성에 따라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에게 운영권을 준 것인데, 왜 이런 형태로 시작하게 됐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며 "갈등이 불거진 2016년 이전까지는 주민 자치를 통해 잘 운영해 왔다"고 말했다.
 
운영권을 2년 만에 주민에게 돌려준 이유에 대해서는 "시도 일부 주민 반발이 예상돼 고민이 많았으나, 전체 주민총회에서 운영권 반환이 의결됐기 때문에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며 "당시만 해도 신파 주민들이 결의한 생곡대책위가 합법적이라고 판단돼 합의서를 체결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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